[NH투자증권=정연승 연구원] 지난 7월 31일, 한국과 미국 정부는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 관세 25%는 15%로 낮아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를 조성해 미국 내 선박 건조, 조선 기자재 공급망 구축, 한미 양국에서 선박 유지보수 확대를 위해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협력 펀드는 미국 내 조선소 현대화 및 신설,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유지보수 확대라는 4가지 큰 방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해당 펀드가 한국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며 직접투자, 대출, 보증 형태로 투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미국조선소 투자나 건조 협력을 시행하고 한국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실행 방안은 정부와 기업 간의 추가 협의를 통해서 마련될 계획이다.
◆ ″한화그룹⸱HD현대그룹이 주도″
미국 정부가 조속한 시간 내에 선박 건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한 만큼 현재 미국 내조선 관련 자산을 확보한 한화그룹과 미국 기업과 협력을 추진 중인 HD현대그룹 중심으로 미국 내 조선 사업 확장이 먼저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도 2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등 최근 미국 내 투자 기조가 변경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24년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을 통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인수 이후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의 기능 인력을 파견, 숙련공 양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야드 효율화를 추진 중에 있다. 이미 필리조선소와 한화오션 간의 협력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한화그룹 내 미국 해운 회사인 한화쉬핑과 한화필리조선소가 LNG선 1척에 대한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한화오션이 건조를 지원하는 방식의 사업이 시작됐다. 필리조선소는 건조 역량이 연간 1.5척 수준이나 중장기 최대 연간 10척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인수 추진 중인 오스탈이 최종적으로 인수가 확정될 경우 미국 군함시장으로도 빠른 진출이 가능하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연안초계함을 건조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함의 경우 미국 정부가 심각한 인도 지연으로 인해 생산량 확대를 가장 원하는 분야다.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가 미국 군함 유지보수(MRO)의 핵심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현재 해당 조선소는 현재 선박 건조보다는 선박 블록을 제작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유한 도크 크기를 고려하였을 때 특수선 선박 건조 및 MRO 공간으로 활용되기에는 제약 조건이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의 협력으로 대규모 군함 MRO 및 군함 건조 수주를 확보하게 된다면 군산조선소가 핵심 조선소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물량으로는 미 군함 관련 사업을 진행할 경우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소(4, 5번 도크)가 메인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HD현대그룹은 미국 내 자산 투자보다는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 미국 선박 건조에 참여할 계획이다. 미국의 군함 건조 기업인 헌팅턴잉걸스, 소형 상선을 건조하는 미국 현지 조선사인 ECO(Edison Chouest Offshore)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중심이 되어 협력 사업이 진행되나 군함의 경, HD현대중공업, 소형 상선 설계 건조 과정에서는 HD현대미포가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관세 협상및 펀드 조성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더 적극적인 미국 내 투자가 요구되고 있어 HD현대그룹도 미국 현지에서 설비 투자 및 공급망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도 있다.
◆ ″계속되는 밸류에이션 확대 기회″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조선 협력 펀드 외에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도 약속했다. 천연가스, 원유 등의 에너지를 구매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수입은 순증 형태가 아니라 중동산 에너지 대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는 형태다.
에너지 수입 물량 증가가 크지 않아 대규모 선박 발주는 아니지만 노후된 LNG선 교체 및 신규 운송 계약 체결 기회는 계속 존재한다. 팬오션과 현대글로비스가 가스선 선대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향후 추가 운송 계약 체결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 내 조선 사업 확장 과정에서 리스크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 부족한 인력과 공급망 부재,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 회수 불확실성은 리스크 요인이다. 백악관 내 조선, 해운 보좌관이 공석이고 관련 업무가 예산관리국(OMB)와 국무부로 이관됨에 따라 미국 내 정책 리더십 부재도 우려된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가 협력해 미국 조선업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요 창출과 금융 지원을 약속한 만큼 이전 기업 단독의 미국 조선 사업 진출보다는 정책적 지원과 금융 지원이 더 강화됐다. 성과를 내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 후속 지원 정책, 신규 사업이 빠르게 구체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