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세실업, 흑역사 지속 소환에 ‘속앓이’ 앓고 있다고(?)

매일 오전 6시 30분 여의도공원에 집합해 공원 두 바퀴 걷고 아침 식사도

[팩트UP=권소희 기자] 최근 재계 안팎에 ‘서울 서여의도 있는 패션벤더회사가 직원들에게 아침 6시 30분까지 강제 출근시켜 러닝을 뛰라고 했는데 이유는 매출 인하로 인한 벌 조깅이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벌 조깅은 몇 년째 내려오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면서 패션벤더회사가 어디인지, 그리고 벌 조깅이 몇 년째 내려오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사실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팩트UP>에서는 팩트 체크에 나섰다.

 

◆ “소통을 위해 마련된 행사(?)”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임직원들에게 새벽 러닝을 강제하고 있다는 내용이 회자된 주인공은 ‘한세실업’이다.


한세실업은 지난 9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장님과 함께하는 가을맞이 걷기 행사’를 공지했다. 공지에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일정으로 매일 오전 6시 30분 여의도공원에 집합해 공원 두 바퀴를 걷고 아침 식사까지 함께하는 방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강제 동원’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이 행사는 현재 취소된 상태다. 특히 새벽 집합을 강요하면서 도착 시간 맞추려면 택시를 타야 해서 경제적 부담까지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폭주했다는 후문이다.


한세실업은 결국 소통을 위해 마련한 자리지만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직원들의 의중을 파악한 뒤 행사를 취소했다.


한세실업은 이와 관련, 소통을 위해 마련된 행사였지 절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기획된 것은 아니며 사내 직원들의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된 자리가 의도와 다르게 비친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세실업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새벽 시간대에 출근 전 집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특히 불참 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고 명시하지 않은 점도 자율이라는 설명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세실업의 이번 행태는 노동법적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자율이라는 명목이 실제 조직 내 위계나 평가 구조와 결합할 경우 노동자의 선택권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분쟁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 “시대착오적 관행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좋은 의도로 진행하려던 행사였으나 이번 행사가 오히려 과거의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한세실업은 지난 2016년에도 조깅 미팅 때문에 잡음이 일은 적이 있다. 당시 실적이 저조한 일부 관리자와 팀장들에게 근무시간 외 조깅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성과 관리’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체벌성 동원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비판을 받았다.


직원들의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시대착오적인 관행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유형의 행사가 재현되면서 회사가 여전히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걷기 행사 추진은 결국 회사의 의도와 관계없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시대적 동원 문화라는 비판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조직 내 소통이나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보다 직원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이 우선되었어야 한다”고 종언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세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직원 강제 조깅 파문이 재소환되는 것에 또 한숨을 쉬고 있다”면서 “올해 악재가 많은 한세그룹으로서는 지속되는 해킹 사태를 제대로 조치하지 못하면 흑역사들이 다시 재부상하며 여론이 더욱 안 좋아질까 전전긍긍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한세그룹의 이번 일은 근로기준법 중 사용자가 근로자의 자유 의사에 반해 근무시간 외 활동을 사실상 강제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에 위배될 수 있다”며 “법적 의무가 없는 시간대에 특정 활동 참여를 종용할 경우 설령 급여 지급이나 근로시간 산정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간접적 강제노동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