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주영훈 연구원] 국내 주요 백화점 업체들의 기존점 매출액은 관리 매출액 기준 평평한(Flat) 수준으로 추정한다. 기존 예상보다는 성장률이 높지 않은데 주된 원인은 따뜻한 날씨에 있다. 4분기 평균 기온은 전년 동기 대비 1도 가량 높았다.
지난 3분기도 서울에 사상 첫 9월 폭염경보가(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 내려질 정도로 무더위가 발생하며 가을 의류 판매가 부진했는데 이러한 추세가 겨울까지 이어진 점이 아쉽다.
물론 과거와 달리 현재 백화점 매출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전체 매출 비중의 3분의 1은 명품이며 명품 관련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의류는 고마진 품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마진율 측면에서는 여전히 고려해야 하는 변수이며 4분기 백화점 업체들의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이 불가피하다.
◆ ″면세점, 숫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자″
반면 비용 측면에서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비롯해 판관비 효율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며 2025년에도 이러한 방향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존점 매출 성장이 다소 부진하는 경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결 실적 측면에서는 백화점 본업 보다는 자회사 실적에 따른 변수가 더욱 클 전망이다. 가장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현대백화점이다. 상반기까지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는 자회사 지누스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세계는 면세점 희망퇴직 및 통상임금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연결 실적 측면에서의 부담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백화점 3사는 모두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했다.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공통적인 사안이다. 그동안 백화점 기업들은 주주환원 측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이번 발표를 토대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완화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4분기 면세점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면세점 수요 자체가 회복되고 있지 못한 가운데 기존 예상보다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며 면세점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 자체가 낮아져 있다. 면세점 산업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낮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바닥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성 역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주된 사유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 증가다. 순차적인 매장 오픈에 따라 공항 면세점 영업 면적이 증가하고 있으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아직까지 매출 상승이 동반되고 있지 못하다. 이에 따라 공항 면세점 매출 대비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구조다.
2025년 상반기까지 추가 매장 오픈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임대료 부담이 추가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면세점 기업들은 희망퇴직을 비롯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존재한다. 정부가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고 여행자 주류 병수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1분기 중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인데 이 경우 면세점 업체들의 납부 수수료는 약 2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면세점 기업들의 영업손실 규모를 고려할 때 근본적인 수요 개선 없이는 흑자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 ″본업은 양호, 자회사 실적 변수″
4분기 할인점 기존점 성장률은 전년 대비 -2% 수준으로 추정한다. 대표 할인점 기업인 이마트의 기존점 성장률은 각각 -4%, +1% 수준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확실히 개선 흐름이타나고 있다고 판단되나 이마트는 신년 행사 시점 차이로 인한 매출 감소 영향이 반영되며 부진했다.
다만 이마트도 신년 행사 시점 차이를 제외할 경우 개선되는 흐름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몇 년간에 걸친 구조조정 효과로 비용 구조가 가벼워졌으며 슈퍼 사업부와의 통합 매입을 진행함에 따른 마진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영업이익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본업인 기업들의 연결 영업이익 및 주가 방향성은 여전히 본업 실적보다도 자회사 변수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이마트의 경우 신세계건설의 영업손실 규모 축소와 지난해 연말 발표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서 합작 법인의 방향성 제시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현재 토지 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따른 부채비율 개선 여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4분기 편의점 산업의 기존점 성장률은 전년 대비 +1~2% 수준으로 추정한다. 출점 효과를 더한 산업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5~6% 수준이다.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하는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어 보이며 기존 예상 수준의 무난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영업이익 개선이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 편의점 기업인 BGF리테일의 주가가 지난 1년간 부진했던 배경에는 실적 둔화가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본부임차 비중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늘어난 임차료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분기부터 관련된 기저 부담이 낮아지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 추세로의 전환이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2025년에는 연간 실적 또한 개선될 것이다. 현재 편의점 기업들의 주가는 역사적 PER밴드 하단에 불과하다. 실적 개선과 함께 밸류에이션 정상화까지 함께 이루어진다면 기업가치 반등 여력이 크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