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인 여천NCC의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3월 한화그룹과 DL(대림)그룹으로부터 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8월 중에 30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천NCC는 IMF로 석유화학업계가 통폐합되던 시기인 지난 1999년에 합작 설립된 기업이다. 한화그룹(이하 한화)과 DL그룹(이하 DL)이 사내 석유화학 사업부를 분사하고 50 대 50의 지분으로 합작사를 만든 것이 바로 여천NCC이다.
그런데 이 같은 회사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는 8월 24일까지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3100억원을 갚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천NCC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에 대한 것이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 포인트 하나…자금 지원의 길 열릴까
업계에 따르면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현재 비슷하게 적자로 전환된 뒤 적자 폭 확대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분위기다. 여천 NCC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불과 며칠 뒤인 24일까지 막아야 하는 금액만 3100억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한 불은 껐다. 이슈가 되자 한화와 DL이 3000억원 지원에 합의한 덕분이다. 하지만 사태 책임을 두고 양사의 갈등은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갈들의 원인으로 50 대 50 동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실 여천NCC는 대표도 공동 대표, 이사회도 양측 인사가 3 대3으로 팽팽하다. 때문에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실례는 이번 3000억원 지원이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자금 지원을 두고 양사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한화는 1500억원씩 빨리 지원해서 디폴트를 막자는 입장인 반면 DL은 돈 먹는 하마가 될 것 같으니 경영 진단을 먼저 하자는 입장을 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간 의견이 합쳐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원료 공급가격을 둘러싼 감정싸움이 있다”면서 “여천NCC에서 나오는 에틸렌의 60% 이상이 한화와 DL로 공급되고 있고 양사는 장기공급계약으로 에틸렌을 공급받았는데 DL이 한화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장기공급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 포인트 둘…대주주간 공방 봉합될까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장기공급계약이 올해 끝나면서 한화가 DL의 공급가격 수준으로 에틸렌을 받겠다고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이는 지금도 적자인데 여천NCC의 판매 가격이 더 낮아진다는 말이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여천NCC 대주주들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입장은 다르다. DL은 회사가 어려운데 한화가 공급가격을 낮춰서 공급받겠다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는 공급가격은 별개의 문제이고 일단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와 DL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천NCC의 에틸렌은 한화와 DL로 60%정도가 가는데 한화가 7, DL이 3 비중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게 공방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하한선 정책도 양측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DL은 가격에 하한선을 설정하기를 바라고 있는 반면 한화는 반대하고 있는데 하한선이 없어서 가격이 낮아지면 한화가 DL보다 많은 물량을 가져가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가격하한선이 없으면 300억원 정도 비용을 절감을 할 수 있어 지원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면서 “하지만 한화도 여천NCC에 희망이 있어서 자금을 넣자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만큼 봉합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