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포인트] 한진칼, ‘경영권 방어’ 무리 없는 상황 맞나

지분 행선지 여전히 안갯속…산업은행 우호지분 매각 당분간 고려 안해

[팩트UP=이세라 기자] 한진칼 지분 행선지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권 교체 이후 한진칼의 쪼개진 지분을 두고 여러 가지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로 꼽히고 있는 것은 국회 문턱을 넘은 강력한 상법개정이다.


여기에 한진칼의 우군으로 평가됐던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매각은 필연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출자금 회수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변수는 조원태 회장 일가에게는 중장기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한진칼에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지분들도 언제든지 대열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에서다.

 

한진칼 직접 지배력이 약하다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는 조 회장 일가로서는 곤욕스러운 상황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한진칼의 경영 방어 전선은 이상이 없는 것일까.

 

◆ 포인트 하나…산업은행은 지분 매각 나서나

 

한진칼 지분을 보유 중인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만기가 이달 말 도래한다. 대신자산운용(4.90%)과 유진자산운용(4.16%)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9.06%다. 시장 추산 가격은 9000억원대이다.


이는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경영권에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추가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 셈이다. 18.46% 지분을 보유한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706만2146주, 10.58%)을 누가 차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내부 기류는 지분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조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천만대행(千萬多幸)이라고 할 수 있다. 한진칼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이 약한 것이 약점이었는데 산업은행이 지분 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한진칼 지분을 들고 있어야 아시아나 부채 문제가 터졌을 때 한진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개입해 채권 회수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며 “현재 아시아나 부채는 4~5조원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 포인트 둘…산업은행은 한진칼 백기사 역할 유지하나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0.58%로 매입 당시 가격은 50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해당 지분 가치는 약 8190억원으로 상승했다. 약 3190억원 정도 오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적이나 미래 성장 전망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둘러 매각하면 일시적 고평가에 따른 변동성 위험을 떠안을 수 있어 시기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매각 가능 시점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물리적 합병이 완료되는 오는 2027년 1월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최소 2년 안에는 매각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산업은행은 당분간 한진칼의 백기사 역할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명희 고문이 한진칼 지분 0.12%를 매각했는데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매각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조원태 회장 측 특수관계인 지분30.42%에 산업은행(10.58%)와 델타항공(14.9%) 지분을 합치면 55.9%에 이르고 산업은행이 2년 뒤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45%를 넘겨 경영권 방어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