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설옥임 기자]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이 본격 논의되면서 재계 1위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1위 재벌그룹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긴다면 다른 대기업들도 ‘경영권 방어’라는 큰 시류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정⸱재계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3남매 분화체계 아젠다로 급부상”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숫자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3명의 이사를 선출한다면 주주는 1주당 3표를 행사할 수 있다. 한쪽으로 몰아줄 수도, 각각 1표씩 나눠줄 수도 있게 된다.
1주당 1표를 행사해 대주주의 뜻대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독단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로 소수 주주의 권리보호와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기능이 보완되는 것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재계는 이러한 집중투표제 도입 이후 삼성그룹의 이재용‧이부진‧이서현으로 이어지는 3인 분화체계가 가장 큰 아젠다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중에서도 외부 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사회 구성 역시 사외이사 중심으로 꾸려져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지배체제에 가장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비상장사인 에버랜드(전 제일모직)와 상장사 호텔신라, 삼성물산 등을 연결 고리로 그룹 내에서도 큰 영향력과 경영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호텔신라 내 이사회 구성이 흔들릴 수 있고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대적 행동주의 펀드와 연합하는 경우 이 사장의 경영권은 불안정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발생하게 된다.
최근 에버랜드 법인 내 임원 교체, 사내이사 비율 재조정 등의 움직임을 향해 정⸱재계 일각에서는 이사회 구성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설계용역비 껑충껑충, 수주실적도 껑충”
다른 한편으로는 그룹 내부의 자산 재편 및 지분 정리를 통해 이 사장의 지배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이 사장의 독립 경영체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그럼에도 집중투표제 도입 후 호텔신라를 비롯한 이 사장의 지배체제와 경영권 방어 논리는 약화되거나 대외 명분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지배구조 전면 개편이나 계열사 간 인적·물적 분할 시나리오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탠스 변화를 가져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놓고 일부 대기업은 경제단체를 내세워 집중투표제가 기업경영권을 흔드는 악법, 글로벌 경쟁력 약화, 전문경영인 체제 흔들기 등의 네거티브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시장에서는 재벌 총수일가의 긴장감 표출로 보는 모양새다.
그만큼 집중투표제 도입은 이부진 사장이나 재계 1위 삼성만의 고민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