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권소희 기자] 코오롱그룹의 리빌딩이 재계 안팎의 눈길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현재 R&D 인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꼬리를 물고 확산되면서 재계 일각에선 진위 여부를 떠나 계열사 실적 악화로 인한 그룹 전반의 침체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실제 코오롱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그룹 전체 외형이 지난 2022년 정점 이후 쪼그라들어 있는 상황이다. <팩트UP>에서는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봤다.
◆ “직원들의 전환 배치 마무리”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현재 R&D 인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은 사실과 약간 동떨어져 있다. 인력 재편 과정에서 부서 간 이동을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오인한 흔적이 엿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월 세계 수준의 R&D 역량을 한층 끌어 올리기 위해 기존에 이원화돼 있던 R&D 조직들을 ‘연구개발본부’로 통합했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연구과제들을 우선 순위를 고려해 일부 개편했다.
아울러 연구원들 중 각자의 희망부서를 조사한 다음 대부분 직원들에 대한 전환 배치를 마무리했다. 다만 일부 직원들의 신규 직무 배치가 진행 중에 있으며 조만간 마무리 될 예정이다.
그러면 이 같은 소문은 어떤 이유로 확산된 것일까. 그 이유는 소문의 내용이 위로금의 내용과 회사 분위기 등 구체적이라는데서 찾을 수 있다.
소문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위로금으로 근속 연수에 따라 평균임금을 곱한 규모를 제시했고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상자들이 현재 업무를 받지 않은 채 일 없는 대기와 반복 면담에 내몰리며 사실상 퇴직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코오롱그룹의 경우 중장기 이웅열 명예회장에서 이규호 부회장으로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명분을 쌓기 위해서도 사업 리모델링을 통한 실적 반등은 절실한 상황”이라며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약간 부풀린 것 같다”고 전했다.
◆ “미래기술원 폐지 후푹퐁의 영향(?)″
하지만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소문이 전혀 사실무근인 것은 아니다. 인력 구조조정의 얘기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 2018년 미래 먹거리 발굴과 신기술 확보를 위해 세운 마곡 미래기술원을 폐지한 후부터 나오고 있다. 미래기술원 폐지 후푹퐁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실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 미래기술원과 연구개발본부로 이원화된 R&D 조직을 통합시켰고 이는 인력 축소로 직결됐다.
일례로 연구개발본부는 기존 그린에너지, 고성능 산업재, 필름⸱전자디스플레이소재, 모빌리티소재, 화학 등 5개 분야에서 필름⸱전자디스플레이소재 부문을 없애 4개 분야로 축소됐다. 뿐만 아니다. 올해 9개랩과 3개팀 체제의 미래기술원이 맡았던 과제들은 연구개발본부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미래기술원은 선행기술 연구 거점으로 세워졌다”며 “하지만 대학이나 스타트업과 협약들을 체결하는 방식이어서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하다 보니 캐시카우로 자리 잡지 못했다코오롱인더스트리”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반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2조4900억원, 722억원을 기록했다”면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2% 줄었고 지난 2022년 5조3675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4조843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