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와 SK그룹 간 긴밀했던 파트너십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들 회사 간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냉각된 분위기에 갈등설까지 퍼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금융권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SK그룹의 파트너십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냈다. 지난 2022년부터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 왔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SK온 프리IPO 투자부터 올해 SKC의 EB(영구 교환사채) 매입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함께 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갈등설의 배경은 무엇일까.
◆ 포인트 하나…짧은 시간 안에 관계 회복될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오너 일가 친분을 포함해 SK그룹과의 돈독한 관계로 유명하다. SK그룹이 지난 수년간 자본시장 문을 두드릴 때마다 한국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SK그룹이 각 계열사가 한국금융지주와 거래한 내역을 다시 들여다보고 앞으로 신규 계약을 결정할 때 ㈜SK까지 보고를 거치도록 지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SK그룹의 기류가 갑자기 바뀐 배경을 두고 금융권에선 각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SK그룹이 SK온 FI 지분을 조기 상환한 과정이 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협상 과정에서 외국계 큰손들로 분류된 MBK컨소시엄보다도 한투 PE((Private Equity)를 비롯한 국내 FI(재무적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한투 PE를 통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한국금융지주가 가장 많은 수익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지시는 원래도 컨트롤타워인 SK가 각 계열에서 진행 중인 거래를 수시로 살피고 관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특정 금융사를 콕 집어 보고 절차를 재상기한 것”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양사의 관계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GP(사모펀드 운영사)가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동안 관계나 FI로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 등을 감안할 경우 SK그룹의 입장에서 심기가 결코 좋을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 포인트 둘…갈등의 깊이와 조율 속도 해결될까
현재 투자은행 커버리지 사이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SK그룹 관계의 첨병 격인 한국투자증권부터 SK그룹 일감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이면에는 지난 6월 SKC가 자기주식으로 발행한 2600억원 규모의 EB(사모 영구교환사채)가 지목되고 있다. 해당 EB는 한투 PE가 2500원을 인수하며 물량 대부분을 소화해 겉으로 봤을 때는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권의 분석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SK그룹의 입장에서 한국투자지주를 관계나 신뢰 기반의 파트너로 여겨왔는데 실제로는 수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반감이 불거졌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권 일각에선 당시 한투 PE가 회수 불확실성을 방지할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계약에 담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계열사 매각에 대한 동의권 외 동반매도청구권 등 일반적으로 사채권자에게 주어지는 권리 이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 SKC가 자기주식으로 발행한 2600억원 규모의 EB의 경우 한투 PE를 위시한 한국금융지주의 투자 수완이나 협상력 발휘가 SK그룹과의 관계에 적잖은 부담을 남긴 모습”이라면서 “실제로 SK그룹 수뇌부에서 한국금융지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못한 것으로 듣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