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한세그룹, 김동녕 회장의 철학과 세대 불통…‘오너리스크’의 본질

‘새벽 조깅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세대 간 괴리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

[팩트UP=설옥임 기자] 최근 한세그룹의 ‘새벽 조깅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사내 행사 논란을 넘어 기업 문화와 오너 철학, 그리고 세대 간 괴리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은 오랫동안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조깅 프로그램 또한 ‘건강한 조직 문화’와 ‘직접적 교류’를 목적으로 도입됐다고 알려져 있다.

 

◆ “과거에도 반복된 ‘체력 중심’ 행사 논란”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직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새벽 시간대 진행되는 행사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강제적 참여로 느껴졌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전문가들 역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회장의 철학은 과거에도 논란을 빚었다. 지난 2016년에는 저성과자 대상 ‘조깅 패널티’가 보도됐다. 2018년에는 채용 면접 과정에 새벽 달리기를 포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일부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은 ‘군대식 문화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김 회장의 개인적 경영 철학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 회장은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소통과 체력을 통한 자기 관리’를 강조해왔지만 MZ세대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구시대적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 김 회장은 초기에 ‘소통 철학을 쉽게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사내 불만이 확산되자 직접 행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이 싫어한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오너 철학이 세대 인식 변화와 충돌할 때 어떤 파장을 낳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노무 전문가는 “자율적 참여라 하더라도 불이익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근로자들은 사실상 강제로 인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보고 있다. 오너의 철학이 조직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 기업 특성상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조율하지 못할 경우 ‘오너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두고 있는 한세실업은 노동·윤리 문제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베트남·미얀마 공장에서 노동 환경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인권·노동 관련 이슈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세대 인식의 간극과 남은 과제”

 

김 회장이 새벽 조깅을 전격 중단한 것은 ‘세대 불통’ 논란에 대한 일종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행사를 중단했다고 해서 근본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오너의 철학이 조직 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직원들이 느끼는 강제성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다면 비슷한 갈등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오너의 철학’이 직원 참여와 동의라는 현대적 기준과 어떻게 조율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