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테마] 초고령 사회 30% 돌파…실버 소비가 움직이는 산업 ‘셋’

산업의 교집합은 ‘시간을 쓰는 산업’…헬스케어, 레저, 주거·돌봄 각광 예상

[팩트UP=이세라 기자] 우리나라가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 30%’를 돌파했다. 세계에서 일본(29.9%)을 넘어선 ‘가장 빠른 초고령 사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소비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유통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60세 이상 소비자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은 5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반면 30~40대의 소비는 정체다. ‘실버세대’가 경제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들을 위한 ‘돈 버는 산업’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 “소비의 중심이 60대로 넘어왔다”

 

건강 관리 산업은 지금 고령층 소비의 1순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60대 이상 1인당 의료·건강 관련 지출은 2024년 기준으로 월평균 32만원이다. 5년 새 1.8배 증가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케어·헬스테크의 경우 AI 건강 모니터링 기기, 원격 진단 서비스가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고, 병원·약국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형병원 집중현상에서 지역기반 전문클리닉 확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 가지 주목되고 있는 것은 KDB 산업분석에 따르면 건강식품·영양제 시장의 경우 2024년 7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8년 11조원을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헬스케어산업 한 관계자는 “실버세대는 건강을 보험이 아니라 소비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의료비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수명자산을 늘리는 투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실버소비는 ‘가성비’보다 ‘품격비로 이동하고 있다. 퇴직 이후 생긴 시간은 곧 ‘소비 여력’이다. 시간이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에 돈을 쓰고 있다.


하나카드 분석에 따르면 2024년 60세 이상 고객의 국내 여행 결제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고 특히 평일 여행 비중이 60%를 넘는다. 이에 따라 테마형 실버투어와 클래식 공연 중심의 맞춤 여행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공연·문화소비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테마형 실버투어 시장에서는 골프·온천·와인·클래식 공연 중심의 맞춤 여행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노후를 차 안에서’를 내세우고 있는 RV·캠핑카 시장의 경우 60대 고객 비중이 35%를 차지하고 있다.


A경영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시간과 돈이 동시에 있는 세대가 움직일 경우 시장은 고급화 방향으로 간다”면서 “공연·문화소비 시장의 경우 중장년층 전용 뮤지컬·콘서트 좌석 매진 사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실례”라고 말했다.

 

◆ “노후의 공간이 산업이 된다”

 

뿐만 아니다. 고령화는 ‘살 곳’과 ‘돌봄 구조’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주거+돌봄+서비스’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실버타운이 급성장 중이다. 일례로 고급 실버타운 시장 규모는 2025년 5조원에서 오는 2030년 12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빠른 국내 대기업들은 이러한 분석에 따라 발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삼성·롯데·신세계 등이 복합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돌봄 로봇·AI케어: 시장의 경우 요양 인력 부족 대응형 기술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실버 주거산업은 의료·금융·IT가 결합된 복합 내수 산업으로 확장 중”이라면서 “주거는 더 이상 부동산이 아니라 서비스로 노후 주거는 한국의 다음 내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버소비의 가장 큰 특징은 ‘급속하지 않지만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30대는 경기와 금리에 따라 지출을 줄이지만 60대는 정기적·습관적 소비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B산업경제분석 연구원 연구원은 ”이제 한국 내수는 청년소비가 아니라 ‘시니어 소비’가 지탱하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실버 소비는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내수의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헬스케어, 레저, 주거·돌봄 산업의 공통점은 단 하나로 실버세대의 시간을 쓰게 만드는 산업”이라며 “젊은 세대가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에 돈을 쓴다면 실버세대는 시간을 채워주는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모습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부연했다.


거시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2020년대 초반까지 노인은 복지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시장의 주체”라며 “실버 소비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향후 10년간 한국 내수를 지탱할 마지막 성장축”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연금·건강·주거·여행 등 이 모든 산업의 고객 지형이 조용하지만 확실히 바뀌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은 지금 기업들이 젊은 소비자보다 지속 가능한 소비자를 향해 움직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