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설옥임 기자] 국내 담배시장에서 오랜 기간 강자로 군림해온 한국필립모리스가 최근 인력 감축에 나서 업계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겉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효율화’지만 내부에서는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 왜 사람부터 줄이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같은 시기 본사는 수백억 원대의 로열티와 배당금을 챙겨간 것으로 확인돼 ‘한국 법인은 줄이고 본사는 챙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담배 팔아 번 돈 어디로 갔나”
유통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최근 필립모리스 한국 법인인 한국필립모리스에서 연초(궐련) 부문 영업 인력 감축이 진행 중이다. 임원급에서부터 일반 직원까지 일부 부서에서 퇴사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퇴사자들에게는 3~6개월치 급여 상당의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개인적 사유로 인한 퇴사일 뿐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러 부서에서 비슷한 시기에 퇴사가 이어지자 내부에서는 사실상 구조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가 지난해 본사에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로열티)는 약 793억원으로 전년보다 8%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지급된 해고급여도 약 17% 증가했다. 또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400억 원대 배당금이 본사로 송금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한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경쟁사 제품에 시장 1위를 내주며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조직 효율화와 브랜드 재편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이 KT&G ‘릴’ 시리즈 약 50%, 한국필립모리스 약 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로열티와 배당금 규모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이익의 국외 유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합법적 회계 처리 범위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구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회계법인 관계자는 “로열티는 본사 브랜드 사용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정당하다”며 “다만 한국 법인의 영업이익이 줄거나 고용이 악화되는 시점에 로열티와 배당이 늘어난다면 사회적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국외 유출? 합법적 경영활동?”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담배 판매량은 1년 새 약 0.6% 감소했다. 반면 전자담배 판매량은 10%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연초 중심의 인력구조를 줄이고 전자담배 중심으로 재편하는 흐름이 외국계 담배사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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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노무사는 “한국필립모리스 사례는 국내 고용 안정성의 문제로 글로벌 본사의 전략 변화가 국내 인력구조에 직결된다”며 “이익 이전 투명성 부분에서 로열티 산정 기준·배당 결정 과정의 공개 필요하고 공정경쟁·ESG 경영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과 고용 유지의 균형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은 빠르게 전자담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하지만 그 변화의 이면에서 한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자리와 본사로 송금되는 수백억 원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효율화의 이름 아래 벌어지는 이 조용한 이동을 명확하게 살펴볼 필요할 있다”면서 “이것이 정당한 경영 판단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이익 회수인지 이제는 묻고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