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지난해 6월 DB그룹이 김남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자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과의 경영권 갈등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 명예회장이 부친인 김 창업회장과의 경영권 갈등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나선 까닭이다.
지난 9일 김 명예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회사 경영과 관련해 부친과 일부 이견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창업자이신 부친께 맞설 생각을 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대주주 가문의 일원으로 앞으로도 그룹 발전을 위해 저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린다고 밝혔다.
◆ 포인트 하나…부자가 봉합 이뤄질까
김남호 명예회장이 돌연 부친 김준기 창업회장과의 ‘부자 갈등설’을 일축하는 입장문을 냈다.<팩트UP> 취재와 재계에 따르면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설’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사실 재계에서는 그동안 DB그룹 오너일가 간 갈등설이 끊이지 않으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됐다. 그런 만큼 이번 입장문 발표는 당사자인 김 명예회장이 ‘본인 등판’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직접 오해의 소지를 끊어내는 동시에 상대방인 아버지에게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실제 갈등설이 제기된 배경에는 DB그룹의 비금융 계열 지주사격 회사인 DB아이엔씨(DB Inc.) 지분 구조가 있다. 현재 DB아잉엔씨 최대주주는 김남호 명예회장으로 지분 16.8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김준기 창업회장은 15.91%, 장녀인 김주원 부회장은 9.87%를 각각 가지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지만 김 창업회장과의 지분 격차는 1%포인트 미만”이라며 “김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 지분을 합치면 25.78% 수준인데 이 같은 지분 구조로 인해 재계에서는 DB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애초에 특정인 간 경영권 분쟁이 불가능한 구조로 부자 갈등 시 김주원 부회장이 캐스팅보트가 되고 남매 갈등 시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이 한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서 “심지어 회사 지분을 보유한 임원 대다수는 여전히 김준기 창업회장 측 인사들로 지분율과 무관하게 아버지의 힘이 제일 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부연했다.
◆ 포인트 둘…난무하는 갖가지 추측 잠재울 수 있을까
사실 재계에서는 김주원 부회장은 DB하이텍 미주법인장을 거쳐 DB그룹 부회장이 됐지만 그룹 경영권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회사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남호 명예회장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김준기 창업회장의 아내인 김정희 여사가 별세한 후 미국에 거주하던 누나를 설득해 한국으로 들어오도록 한 게 김남호 명예회장이란 소문도 있다.
DB손보도 사정이 비슷하다. 김남호 명예회장이 9.01%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있고 김준기 창업회장(5.94%)과 김주원 부회장(3.15%)이 뒤를 잇는 구조다. 장남이 최대주주지만 DB김준기문화재단(5%) 등 우호 지분을 더하면 아버지 몫이 더 큰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DB그룹에서 만약 부자간 갈등이 생긴다면 누나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도 불 보듯 뻔하다”며 “결국 김 명예회장은 부친의 마음을 사야 하는 만큼 이번 입장문은 일각에서 끊이없이 제기되고 온 불편한 경영권 분쟁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준기 창업회장은 DB그룹의 총수이자 동일인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고히 갖고 있는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또 다시 DB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러 뒷말들이 나왔다”면서 “김 명예회장이 입장문까지 낸 것은 이같은 관측들에 선을 긋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