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정보] K-뷰티, ‘혁신 DNA’로 다시 글로벌 무대에 오른다

기술, 지속가능성, 현지화 전략으로 다시 뛰는 한국 뷰티 산업 주목

[팩트UP=정도현 기자] 한때 ‘한류 화장품’으로 전 세계 소비자의 화장대 위를 점령했던 K-뷰티가 다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예쁘다’보다 ‘지속가능하다’와 ‘개인화됐다’에 방점을 찍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뷰티 시장이 기술 중심으로 재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AI·바이오 기술, 친환경 포장,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K-뷰티 2.0 시대를 열고 있다.

 

◆ “다시 기술로 돌아온 K-뷰티”

 

현재 전 세계 뷰티 시장은 약 6000억 달러(약 830조원) 규모에 이른다. 그중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약 95억 달러로 프랑스, 미국, 일본에 이어 글로벌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시트 마스크’와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K-뷰티는 이제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의 R&D 투자 비중은 2015년 2.7%에서 2024년 6.1%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단순 제조업이 아닌 ‘테크 뷰티(Tech Beauty)’ 산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된 셈이다.
 

 

K-뷰티 혁신의 중심에는 AI 기반 개인 맞춤 기술이 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AI 피부 분석 플랫폼 ‘타일(TAIL)’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의 피부 사진을 스캔해 유분·모공·색소 침착 데이터를 분석한 뒤 가장 적합한 스킨케어 솔루션을 추천한다.


LG생활건강은 피부 마이크로바이옴(피부에 존재하는 미생물 생태계)을 연구해 개인별 피부 환경에 맞춘 바이오 맞춤형 화장품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스타트업 딥코스(Deepcos)는 얼굴 이미지와 기후·습도 데이터를 결합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색조 팔레트를 제안하는 AI 톤매칭 기술을 수출 중이다.


K-뷰티는 이제 ‘효능’보다 ‘철학’을 팔기 시작했다. 국내 주요 브랜드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 이니스프리는 무라벨 용기와 리필 스테이션을 전국 주요 매장에 도입했다. 토니모리는 식물 유래 원료 비중을 95% 이상으로 확대하며 ‘비건 화장품’ 인증을 획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4년 기준 약 2800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은 유럽 시장 진출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비건 인증+탄소중립 인증’은 프랑스·독일 등 유럽 내 입점 조건이 되고 있다.


K뷰티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화장품이 사람을 고르는 시대에서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화장품을 골라주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한국 브랜드는 지속가능성을 가장 빠르게 제품화한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 “K-뷰티는 더 이상 문화가 아니다”

 

과거 K-뷰티는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 미국·인도·중동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 미국 세포라(Sephora)에 입점한 한국 브랜드는 2020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인도에서는 현지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고 피부 톤별 맞춤 톤업 크림을 개발 중에 있으며 특히 고온 다습한 기후와 다양한 피부색 때문에 ‘현지 맞춤형 화장품 개발’이 새로운 성장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K뷰티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K-뷰티는 이제 단순히 화장품을 제조·수출하는 산업이 아니다”면서 “D2C(Direct-to-Consumer) 모델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과 고객 경험을 통합한 디지털 소비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트렌드 반응 속도, 기술 융합력, 소비자 맞춤형 기획력에서 글로벌 경쟁국 대비 압도적인 강점을 갖는다”면서 “예컨대 넷플릭스 드라마 속 뷰티 스타일을 제품화한 콜라보 마케팅은 2030 여성층에게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의 경쟁력은 더 이상 패키징 감성에 있지 않고 이제는 AI 기술, 친환경 철학, 데이터 기반 맞춤화가 새로운 한류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 산업은 단순한 뷰티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혁신을 수출하는 산업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