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자 폭탄’에 움츠렸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세대가 다시 소비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다. 신용카드 결제액, 가전·자동차·여행 수요 등 모든 생활 소비 지표가 지난 2021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내 금리 인하를 시사했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3.9%대까지 내려왔다. 3년 전 ‘금리 7% 시대’의 공포를 견뎌온 2030세대는 이제 실질금리 하락의 수혜를 체감하는 첫 세대가 됐다.
◆ “체감금리 3%대 진입”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월 기준 104.7로 2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내구재 구입 여건지수’는 전년 대비 23% 상승했고 ‘주택가격전망지수’는 6개월 연속 상승세다.
김다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 하락은 단순히 대출 이자 감소가 아니다”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키는 소비 회복 신호”라고 판단했다.

금리 하락은 단순히 가계 부담을 줄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자 지출에서 소비로의 자금 재배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의 경우 2023년 5.8%에서 2025년 3.9%로 락했다. 이에 따라 5억원 대출자 기준 연이자 부담은 약 980만원 줄었다. 또한 가처분소득 회복률도 약 +4.3%포인트 늘었다.
신한카드 자료에 따르면 이자 부담이 큰 30~40대 고객층의 소비지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전자제품·여행·외식 부문이 빠르게 반등했다.
이정우 현대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이자 비용이 줄면서 체감소득이 증가하자 그동안 미뤘던 지출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중이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끌 세대의 소비 회복은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소비의 중심이 필수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끌 세대의 소비 회복 모습은 ‘가성비’에서 ‘가심비’로 변하고 있다. ‘싼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을 고르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며 프리미엄 가전이나 1인 여행, 건강관리 서비스 등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소유’보다 ‘이용’을 선호하는 것도 영끌 세대의 새로운 소비 회복 모습이다. 차량구독, 렌탈, 공유 서비스 이용 증가율이 24% 늘었다. 고금리기 시대에 억눌린 ‘소비 대체 수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투자성 소비’의 확산이다. 자산가치가 유지되는 소비(명품·금·부동산 리모델링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대형 TV·프리미엄 냉장고 매출이 올해 들어 30% 늘었는데 2021년 영끌세대 신혼수요 이후 가장 큰 반등세라고 볼 수 있다.
◆ “고금리 시대의 역전 드라마”
지난 2021년부터 2023년의 ‘영끌 세대’는 ‘빚 내서 집 사고, 금리 폭등에 울던 세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 하락의 수혜를 가장 먼저 누리는 세대로 돌아섰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매매심리 지수는 3년 만에 100선을 회복한 상태다. 그리고 영끌 회복 매수세가 수도권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조윤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에 진입이 늦은 세대일수록 금리 하락기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면서 “이들은 소비뿐 아니라 투자에서도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이번 소비 반등이 지속 가능성보다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가계부채 총량(1880조원)은 여전히 부담으로 이번 소비 반등은 ‘회복의 신호’이지 ‘완전한 회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지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정상화가 심리를 회복시킨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저금리 착시로 인한 과잉소비·부채확대는 여전히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영끌은 더 이상 자조적 단어가 아니고 고금리기를 견뎌낸 2030세대는 이제 소비의 주력군이자 경기 회복의 선봉이 됐다”며 “3%대 금리 시대의 귀환은 단순한 통화정책 변화가 아니라 심리 회복→소비 전환→내수 확장의 구조적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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