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포인트] HDC그룹, 실질적 후계자 자리 ‘차남이 차지할까’

빠르게 진행되는 젊은 세대교체…승계구도 가속화 위한 포석 분석 우세

[팩트UP=이세라 기자] 최근 HDC그룹이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재계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3040세대 신규 임원 9명 중 5명이 발탁될 정도로 그룹 내 젊은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선을 모으고 있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면서 승계 시계도 빨리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경영 승계 구도에서 실질적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포인트 하나…경영승계 구도 가속화될까

 

정 회장의 슬하에는 3형제가 있다. 1992년생인 장남 정준선, 1994년생인 차남 정원선, 1998년생인 정운선이 그들이다. 이들의 HDC 지분 보유율을 보면 장남은 0.49%, 차남은 0.28%, 삼남 정운선은 0.22%를 가지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누가 후계자가 될지 모르는 상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HDC그룹의 경영승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분석 이면에는 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물러난 상태라는 것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지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지금은 지주사 HDC에서 온 전문경영인(CEO) 정경구 대표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다고 해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HDC 지분 33.68%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그는 지분을 통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나타났듯이 젊은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대표 자리도 세 아들 중 하나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포인트 둘…차남 정원선 후계자 주인공 될까

 

그러면 만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경영 승계 구도가 가속화될 경우 실질적 후계자는 누가될 가능성이 높을까.


현재 재계 일각에서 꼽고 있는 인물은 차남 정원선이다. 그 이유로는 삼형제 중 현재 경영일선에 몸을 담고 있는 인물은 정원선이 유일하다는 것이 꼽힌다.


실제 정원선은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 회계팀 부장으로 입사한 뒤 단 1년 만에 이번 인사에서 임원인 상무보로 승진했고 특히 CEO 직속 조직인 DXT실장을 맡았다. DXT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CEO 직속의 핵심 부서로 꼽히고 있다.


반면 장남 정준선은 기업경영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AI 전공 교수로서 경영보다는 교수 활동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경영 진입과 관련한 가시적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삼남인 정운선도 대외적으로 드러난 행보는 없다. 따라서 재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차남이 후계 구도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은 공식적으로 HDC현산의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난 상황에서 차남이 HDC현산에 몸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하다”며 “차남이 입사 약 2년 만에 HDC현산에서 직접 실무를 맡았다는 것은 사실상 그가 후계 구도의 중심에 섰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차남이 CEO 직속의 핵심 부서에서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포함한 미래전략을 총괄하게 됐다”면서 “이는 정몽규 회장이 후계구도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고 특히 이번에 승진한 차남이 실질적인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이어 “차남의 승진은 단순히 직급상승을 넘어 앞으로 그룹을 이끌기 위한 경영 능력과 실적을 검증하는 과정을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그는 앞으로 주요 계열사의 핵심 부서장을 맡으면서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