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포인트] 후계구도 떠오르는 ‘대상그룹’…‘자매경영’ 구도 깨질까

UTC인베스트먼트 매각 후 매각대금 사용처 따라 구도 갈릴 듯

[팩트UP=이세라 기자] 대상그룹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후계 구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유지해오던 ‘자매경영’의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발단은 임상민 대상홀딩스 부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해온 벤처캐피털 UTC인베스트먼트(이하 UTC)를 매각하기로 하면서부터다. 재계 일각에서는 매각 대금이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확충에 사용될 경우 ‘자매 경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포인트 하나…임세령 부회장 경영 주도권 확정할까

 

사실 그동안 대상그룹의 경영구도는 독특했다. 언니인 임세령 부회장은 경영을 주도해 왔다. 반면 동생인 임상민 부사장은 대상홀딩스 지분 36.71%을 보유하고 있어 20.41%를 보유 중인 임 부회장보다 16.30%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균형으로 그룹 경영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 결정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거래 내용에 따라 균형이 갈라질 조짐도 배제할 수만은 없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실제 재계 일각에서는 소유와 경영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자매경영이라는 균형이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상그룹은 재계 순위 60위권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미원 신화로 대표되는 식품기업 역사성과 종갓집, 청정원 등 브랜드의 대중적 인지도를 동시에 갖춘 독특한 기업”이라며 “규모가 크지 않은 중견 그룹임에도 사회적 주목도는 높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상그룹의 경우 그동안 언니인 임세령 부회장이 경영을 주도해왔고 대신 임 부사장은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해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다”면서 “지배력의 실질적 중심인 대상홀딩스 지분만 보면 차기 총수는 임 부사장으로 기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포인트 둘… ‘지분은 임상민, 직책은 임세령’ 구도 유지될까

 

대상홀딩스→대상㈜→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대상그룹은 현재 쌍두마차로 움직이고 있다. ‘자매 공동 경영’이란 미명 하에 ‘지분은 임상민, 직책은 임세령’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결혼하며 ‘삼성가 사돈 기업’으로 인식하게 한 임세령 부회장은 이혼 이후 2012년 그룹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마케팅·브랜드 부문을 이끌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후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녀는 공적·외부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지주사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지배력을 쌓고 있는 동생 임상민 부사장은 임 부회장보다 먼저 후계자로 부각됐다. 지난 2009년 입사한 후 전략기획과 해외사업을 맡으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UTC 매각가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높아야 300억원 초반대에 머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이는 최근 주가 95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상홀딩스 지분 약 8.7~9.3%를 매입할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만일 매각 대금이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확충에 사용될 경우 지금까지 유지돼온 ‘자매 경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서 “임 부사장 대신 그녀의 남편인 국유진 블랙스톤PE 대표의 비공식적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가 임지호군 임관식에 참석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두 자매의 사이는 아주 좋아 경영권 분쟁 이슈가 일어날 소지는 낮다”며 “게다가 임창욱 명예회장이 1949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현재로서는 자매 경영 체제가 당장 균열을 일으킬 요소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