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2형 당뇨병 환자에서 저체중이 비만보다 오히려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내분비내과 홍은경·최훈지 교수,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문선준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2형 당뇨병 환자의 체질량지수(BMI)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인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2024년 12월호에 게재됐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부족이나 인슐린 저항성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질환으로,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90%를 차지한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그동안 치료 전략 역시 혈당 조절과 함께 체중 감량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접근이 모든 환자에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15~2016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2형 당뇨병 환자 178만8996명을 대상으로 2022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연구 대상은 BMI에 따라 중증 저체중(BMI <16.0kg/㎡), 중등도 저체중(16.0~16.9kg/㎡), 경도 저체중(17.0~18.4kg/㎡), 정상, 과체중, 경도 비만, 중등도 비만, 고도 비만 등 8개 그룹으로 나뉘어 분석됐다.
분석 결과, 저체중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은 정상 체중 이상 그룹에 비해 최대 3.8배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경도 저체중 환자가 2배, 중등도 저체중 환자가 2.7배, 중증 저체중 환자는 3.9배 높은 사망 위험을 보였다.
사망 원인을 살펴본 결과에서도 저체중 환자는 당뇨병,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9~5.1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저체중의 위험성이 젊은 환자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65세 미만 저체중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은 6.2로, 65세 이상 환자(3.4)에 비해 약 1.8배 높았다. 이는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저체중이 당뇨병 예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 성별, 소득 수준, 흡연·음주 여부, 운동 습관, 공복 혈당, 당뇨병 유병 기간 등 다양한 교란 요인을 모두 보정한 이후에도 결과는 유지됐다. 경도 비만 그룹을 기준(사망 위험 1.0)으로 했을 때, 중증 저체중 환자의 사망 위험은 5.2배에 달했으며, 중등도 저체중은 3.6배, 경도 저체중은 2.7배로 나타났다. 이는 고도 비만 그룹(1.5배)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저체중 당뇨병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영양 상태가 불량하고 근육량이 감소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저체중 환자들은 고령, 흡연자, 저소득층 비율이 높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비율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홍은경 교수는 “저체중 당뇨병 환자는 영양 불균형과 근육 소실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면역력 저하와 대사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혈당 조절을 이유로 무리한 체중 감량을 지속할 경우 오히려 생존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병 관리에서 체중 감량 자체보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육량 유지, 균형 잡힌 체성분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특히 ‘마른 당뇨’ 환자의 비율이 높은 아시아 인구 집단에서 저체중과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대규모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당뇨병 환자의 BMI 기준을 단순히 비만 예방 관점이 아니라, 사망 위험을 최소화하는 임상 지표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환자의 체중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근거”라며 “앞으로는 ‘얼마나 살을 뺐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체성분을 유지하고 있는가’가 치료 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