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국내 생리대 가격은 왜 해외보다 비쌀까(?)

90%가 상위 3개사…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
‘안 사면 안 되는 물건’…담합이 없어도 가격은↑
생리대 가격 인상 키워드가 된 ‘안전’과 ‘친환경’

[팩트UP=설옥임 기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가격이 해외 주요 국가보다 높다는 지적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필수품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는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팩트UP> 취재 결과 이 문제는 개별 기업의 일탈보다는 시장 구조와 필수재의 성격에서 상당 부분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담합은 없었다, 그러나 가격은 올랐다”

 

국내 생리대 시장은 오랫동안 소수 기업이 지배해 왔다. 지난 2017년 국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 수준이며 유한킴벌리·LG유니참·한국 P&G 등 상위 3개사가 시장의 80~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과점 시장’에 해당한다. 과점 시장에서는 여러 사업자가 존재하더라도 가격 경쟁이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기존 사업자 중심의 가격 형성이 굳어진다.
 

 

실제로 생리대는 ▲위생용품 허가 ▲대규모 설비 투자 ▲유통망 확보 ▲브랜드 신뢰 등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는 시장 내 경쟁 압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로 꼽힌다.


사실 가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생리대의 필수재적 성격이다. 생리대는 쌀, 전기, 수도처럼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를 중단하기 어려운 물품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재화’라고 부른다. 가격이 변해도 소비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 경제학자는 “이런 시장에서는 가격이 수요에 의해 조정되기보다 공급자가 설정한 가격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진는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필수재이면서 대체재가 부족한 상품은 가격이 원가가 아니라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을 기준으로 형성되기 쉽다”고 밝혔다.

 

◆ “해외보다 비싼 이유, 소비 구조도 다르다”

 

<팩트UP>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소비자들은 ‘담합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과점 시장에서는 명시적인 담합이 없더라도 경쟁사 간 가격 움직임을 서로 관찰하며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이른바 ‘암묵적 동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불법 행위로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고, 실제로 공정거래 당국의 개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 국회 답변에서 “과점 시장에서의 가격 인상은 담합 여부를 입증하지 않는 한 규제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회색지대가 형성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확산된 것은 지난 2016년을 전후해서다. 일부 제품에서 특정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졌고 이후 정부 조사에서는 ‘인체 위해성은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이 논란을 계기로 시장에는 ‘유기농’, ‘친환경’, ‘무화학’ 등을 강조한 제품이 빠르게 늘어났다. 동시에 생리대 평균 판매 가격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한 경제학자는 이 현상 대해 “안전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강화되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확대된 결과”라면서 “다만 필수재 시장에서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이 사실상 가격 인상의 정당화 수단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문제는 누가가 아니라 구조다”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이유로는 소비 구조 차이도 꼽힌다. 국내에서는 일회용 생리대 사용률이 90%를 넘는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면생리대나 월경컵 등 재사용 제품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일부 국가의 경우 생리용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나 공공 지원 정책도 시행하고 있으며 대체재 선택이 가능한 사회에서는 특정 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반면 선택지가 제한된 시장에서는 가격 결정권이 공급자 쪽으로 기울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취재에서 드러난 핵심은 특정 기업의 위법 행위 여부가 아니다. 경쟁이 제한된 과점 시장, 필수재의 비탄력적 수요, 대체재 부족이라는 구조가 결합될 경우,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문제를 기업의 도덕성 논쟁으로만 접근하면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공공성 강화, 대체재 접근성 확대, 정보 공개 강화 등 구조적 대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생리대는 사치품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가격은 여전히 시장 논리에 맡겨져 있는 만큼 이 괴리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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