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갱년기는 개인의 신체적·정서적 변화와 함께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삶의 전환이 동시에 맞물리는 시기다. 배우자는 은퇴 등 인생의 변곡점을 겪고, 자녀는 사춘기나 독립을 맞이하며, 부모는 돌봄이 필요한 단계로 접어든다.
이처럼 여러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가족 관계 전반에 긴장과 갈등이 커질 수 있어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의 관계를 함께 점검하고 조정하는 일이 갱년기 적응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한화손해보험 라이프플러스 펨테크연구소는 22일 ‘뉴년기(New+갱년기) 트렌드 리포트’ 마지막 편인 ‘패밀리셋’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6월 40~69세 갱년기 유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갱년기 시기에 가장 큰 정서적 지지를 받고 싶은 가족 구성원으로는 배우자가 6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녀(15.1%), 형제자매(7.3%), 부모(6.7%) 순이었다.
배우자의 갱년기를 인지하는 방식에서는 성별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은 신체 변화나 감정 기복을 통해 배우자의 갱년기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남성은 배우자가 직접 이야기해 알게 됐다는 응답이 19.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갱년기가 부부 관계에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남편을 대상으로 한 갱년기 교육 프로그램이 아내의 결혼 만족도를 유의미하게 높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갱년기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부부 관계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갱년기는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첫째 자녀 출산 평균 연령이 1995년 26.5세에서 2024년 33.1세로 높아지면서 자녀의 사춘기와 부모의 갱년기가 겹치는 현상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연령대별로 가장 힘든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에는 차이가 있었다. 1순위와 2순위를 합친 결과 40대 여성은 자녀를, 50대는 배우자를, 60대는 자기 자신을 가장 큰 어려움의 대상으로 꼽았다.
갱년기 이후에는 부모 부양 문제가 본격화된다. 자녀 양육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노부모 돌봄이 시작되면서 갱년기 여성은 이른바 ‘샌드위치 돌봄’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시부모와 친정 부모를 동시에 돌보는 경우가 많아 신체적·정서적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경제적 부담과 노후 준비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갱년기가 가족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갱년기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되거나, 형제자매와 돌봄 역할을 분담하며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갱년기는 가족 내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며 “개인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우자, 자녀, 부모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가족관계 재정비가 갱년기 적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