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라브르27 가구 계약 논란…본질은 분쟁 아닌 ‘이해충돌’

‘라이선스와 책임 분리’…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구조 지적

[팩트UP=설옥임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초고가 주거 프로젝트 ‘라브르27’이 준공을 앞두고 가구 계약 구조를 둘러싼 갈등으로 심각한 사업 리스크에 직면했다.


표면적으로는 시행사와 가구업체 간 계약 분쟁이다. 하지만 <팩트UP>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특수관계자 회사가 개입된 비정상적 계약 구조 변경이 책임 준공 체계와 수분양자 신뢰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분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시행사 의사결정에 특수관계자 회사 등장”

 

<팩트UP> 취재와 업계에 따르면 라브르27은 시행사 고려자산개발, 시공사 현대건설이 참여한 총 27세대 규모의 초고가 주거 프로젝트다. 문제는 분양 당시 적용하기로 한 해외 명품 가구 계약 구조가 준공을 앞두고 변경 요구를 받으면서 불거졌다.
 

 

가구업체 A사에 따르면, 시행사 측은 A사가 보유한 해외 명품 가구 브랜드 라이선스를 특정 업체인 B사로 이전하고, 발주 및 해외 계약을 B사가 직접 수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A사는 시공·물류만 담당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구조에 대해 “명품 가구는 발주·제작·시공·사후관리(AS)가 하나의 책임 체계로 묶여야 품질과 책임이 담보된다”며 “라이선스와 책임을 분리하는 방식은 사실상 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은 계약 구조 변경 과정에서 등장한 B사의 정체다. 업계에 따르면 B사 대표이사는 고려자산개발 회장의 배우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B사는 가구 관련 실적이나 경험이 없는 회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시행사의 의사결정으로 고위험·고부가 사업 기회가 특수관계자 회사로 이전되는 구조라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불법 행위가 확인된 것은 없지만, 시행사의 계약 구조 변경이 수분양자와 시공사 이익보다 특정 회사의 사업 참여를 우선한 결정이었는지는 공익적 검증 대상이라는 평가다.


이번 논란은 해외 현지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A사 측은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 본사가 ‘가구 경험이 없는 업체에는 라이선스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계약 거절을 넘어 해외 브랜드 본사가 해당 계약 구조 자체를 리스크로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제3자인 글로벌 브랜드 본사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국내 업체 간 주장 대립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 “수분양자, 약속받은 사양 흔들리나”

 

이번 사안의 또 다른 핵심은 수분양자 피해 가능성이다. 라브르27은 분양 당시 특정 해외 명품 가구 브랜드 적용을 전제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하지만 계약 구조 변경과 가구 발주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변경 또는 준공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 당시 명시된 사양이 변경될 경우 수분양자 동의 절차와 동급 대체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면서 “사안이 커질 경우 집단 민원이나 법적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책임 준공을 맡고 있지만 가구·인테리어 계약은 시행사 권한 영역이다. 때문에 시행사의 계약 구조 변경이 인테리어 공정을 흔들 경우 시공사는 일정 리스크를 떠안으면서도 실질적 통제는 어려운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준공 제도가 시행사 리스크까지 흡수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며 “라브르27 가구 계약 논란은 단순한 거래 분쟁을 넘어 초고가 주거 프로젝트에서 시행사 의사결정의 투명성, 이해충돌 가능성, 수분양자 보호, 책임준공 제도의 실효성을 동시에 묻는 사안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구업체 A사는 현재 법적 대응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측의 공식 입장과 현대건설의 대응, 수분양자 고지 여부 등이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