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테마] 2030 ‘사이드 프로젝트’가 일상이 된 이유

단순 취미를 넘어 ‘준(準) 창업’ 단계로…“평생직장 대신 평생 포트폴리오”

[팩트UP=이세라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소재한 IT기업에 다니는 송민수(29⸱가명)씨. 그는 평일 저녁마다 온라인 뉴스레터를 운영한다. 본업은 IT 기업 마케터다.

 

하지만 퇴근 후 2시간은 자신이 기획한 콘텐츠 제작에 쓴다. 수익은 아직 크지 않다. 그렇지만 언제든 회사 밖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희망이다.


이른바 ‘사이드 프로젝트’ 문화가 20~30대 초반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취미 활동이나 스펙 쌓기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익 창출과 경력 다각화를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 “회사 일만으로는 불안하다”

 

그러면 2030 사이에 사이드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선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대기업l나 공기업조차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 반복되면서 회사 하나에 인생을 맡기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힌다.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디지털 도구의 발달이다. 노코드 플랫폼, AI 기반 콘텐츠 제작 툴, 온라인 결제 시스템 등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과거에는 사업자 등록과 오프라인 인프라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개인 SNS와 플랫폼만으로도 시작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꼽히는 배경은 정체성의 다층화다. 2030 세대는 직함보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긴다. 회사 직무와 별개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하고 싶어하는데 이것이 사이드 프로젝트 확산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는 크게 콘텐츠형, 수익형 플랫폼 활동, 커뮤니티·스터디 기반 협업형, 실험적 창업 전 단계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콘텐츠형의 경우 뉴스레터,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 운영 등 개인 브랜드 구축이 중심이다. 수익형 플랫폼 활동의 경우에는 스마트스토어, 크몽·탈잉 등 재능 판매, 전자책 출판 등이 해당한다.


커뮤니티·스터디 기반 협업형의 경우 개발·디자인·마케팅 직군 중심으로 팀 단위 프로젝트 수행하고, 실험적 창업 전 단계의 경우 정식 창업 전 시장 반응을 검증하는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 IT·마케팅·디자인 직군에서는 회사 밖 포트폴리오가 이직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참여가 활발하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업 입장은 복잡하다. 겸업 금지 규정과 충돌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회사 기밀 유출이나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하는데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인재가 문제 해결 능력과 실행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평가 때문”이라며 “일부 기업은 오히려 사내 벤처 제도나 사내 프로젝트 공모전을 통해 이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 “사이드 프로젝트의 그림자”

 

사실 2030세대에서는 경제적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 고정 지출 증가 속에서 월급만으로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실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월 50만~200만원 수준의 추가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우 확산 속도만큼 부작용도 나타난다. 과도한 자기계발 경쟁이나 수익 압박으로 취미의 상업화, 휴식 부족에 따른 정신적 피로, 회사와의 법적 분쟁 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


한 재무 전문가는 “수입 다변화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업무 병행은 번아웃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퇴근 후에도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한 전문가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하나의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다”며 “과거에는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안정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경험을 축적해 개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됐다”는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사이드 프로젝트는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닌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2030 세대에게 일종의 보험이자 실험실이고 동시에 자아를 증명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기업과 제도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따라 사이드 프로젝트 문화는 새로운 혁신의 토대가 될 수도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