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설옥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애경산업(주)과 SK케미칼(주), 그리고 각 법인의 대표이사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법원의 확정 판결로 의무화된 '시정명령 공표'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은 '지연 이행'이라는 행정절차 위반을 넘어, 양사의 리더십 부재와 경영 시스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데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가습기살균제 제품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의 허위·과장 표시 문제로 과징금과 함께 시정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무려 5년 이상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었고, 최종 판결 확정 이후에도 공표명령을 즉시 이행하지 않았다.

SK케미칼은 약 7개월, 애경산업은 무려 1년 2개월을 더 미루다 뒤늦게 공표문을 게재했다.
공정위는 "법원의 확정 판결조차 지연 이행한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두 법인과 대표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의 준법경영이 '리스크 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애경산업의 채동석 부회장은 오랜 기간 오너 2세 그룹에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의 위기 대응력과 조직 컨트롤 능력에 의문을 던진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애경측은 "피해자 보상과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책임 회피로 비춰질 만큼 느리고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SK케미칼 역시 마찬가지다. 안재현·김철 공동대표 체제는 "혁신적 소재기업"을 표방하며 ESG 경영을 외쳤지만, 정작 사회적 책임을 입증할 결정적 순간에 '절차 미이행'이라는 기본 오류를 범했다. 법적 리스크에 대한 관리 체계가 느슨했고, 내부 컨트롤 라인 또한 대표이사 간 의사결정 구조에서 지연된 정황이 뚜렷한 셈이다.
◆기업CEO 경영 숙제는 '기술' 아닌 '신뢰'...법은 기업의 최소한의 윤리
두 회사는 모두 산업계에서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신뢰'에 기반한 경영 시스템에서 출발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법원의 판결조차 즉각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와 시장 모두에게 신뢰를 잃는다"며 "이는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니라, 경영 철학의 결함이자 리더십의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향후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지연이나 회피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전문가는 "법적 의무를 '시간 벌기용 절차'로 여긴다면, 어떤 ESG 경영도 공허할 뿐"이라면서 "채동석·안재현·김철, 이 세 리더에게 남겨진 숙제는 명확하다. 기업의 책임을 외치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