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설옥임 기자] HJ중공업이 시공에 참여한 건설·해체 현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원인을 넘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책임 범위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부산 오페라하우스 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졌고, 앞서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현장에서는 구조물 붕괴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팩트UP>에서는 현재 사고 경위와 함께 원청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추척했다.
◆ “개인의 실수가 아닌 경영의 책임”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 자체보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구조가 회사 차원에서 마련돼 있었는지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현장에서 누가 실수했는지보다 경영진이 위험을 인식하고도 안전 조직·인력·예산을 제대로 갖췄는지가 쟁점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대재해법은 현장소장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라 안전을 경영의 문제로 보지 않은 책임을 묻는 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추락이나 붕괴 사고는 예측 가능한 대표적 위험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예견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실제 중대재해 사건 수사에서 당국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사고 순간이 아니다”며 “사고 위험이 사전에 보고됐는가, 위험성 평가와 개선 지시가 문서로 남아 있는가, 하청 작업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했는가, 안전 예산과 인력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지는 않았는가 등의 질문이 수사 대상이다”고 강조했다.
사실 건설 현장 사망사고 상당수는 하청 노동자에게서 발생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은 오히려 원청으로 올라갈수록 무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조다.
원청이 공정 전체를 지배·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면 하청의 안전관리 부실 역시 원청의 관리 책임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수사에서는 ‘하청에게 맡겼다’는 주장보다는 원청이 어디까지 개입하고 통제했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 “‘사고 이후’보다 중요한 ‘사고 이전’”
<팩트UP> 취재와 법조계에 따르면 두 사고는 유형은 다르지만 수사 쟁점은 유사하다. 예컨대 고위험 작업에 대해 회사 차원의 관리 체계가 있었는가, 위험성 평가가 실제 작업에 반영됐는가, 안전조치가 서류상 절차에 그치지 않았는가 등이 그것이다.
현재 수사당국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금까지 최종 책임 소재나 사법 처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사건의 본질을 사고 이후의 책임 공방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기 단축, 비용 절감, 하청 구조 고착화 등 경영 판단이 안전보다 우선됐는지 여부가 결국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결과 책임이 아니라 관리 책임을 묻는 법”이라면서 “사고가 났다는 사실보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할 때 법적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는 특정 기업을 넘어 건설·플랜트 업계 전반에 질문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망사고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반복될수록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