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테마] 고유가 시대, ‘외국인 vs 기관’ 지금 어디서 엇갈리나

같은 한국 증시를 보지만 돈의 방향은 정반대…외국인은 ‘돌아오고’ 기관은 ‘선별’

[팩트UP=설옥임 기자] 서울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중동 리스크,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는 다시 ‘누가 사고 누가 파느냐’가 중요해진 장세에 들어섰다. 실제 현재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시각 차이가 뚜렷한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인은 글로벌 테마와 환율을 보고 움직이고 기관은 실적과 밸류에이션(가격 매력)을 본다. 같은 시장을 두고도 매매 방향이 엇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기관은 실적 수혜주, 외국인은 글로벌 대표주 선호”

 

지난 3월 외국인이 국내 상장주식을 대규모 순매도했다. 하지만 4월 들어 다시 한국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는 이달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에 다시 유입됐다고 전했다.

 

반면 기관은 지수 전체를 추격하기보다 업종별로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강하다.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순매수하고 기관은 반대로 대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마디로 외국인은 ‘한국 시장 전체’를 사고 기관은 ’종목만 골라 산다‘는 얘기다.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첫 번째 엇갈림은 ’반도체‘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선택은 대형 AI 반도체주로 대표 종목으로는 삼성전자[005930]과 SK하이닉스[000660]을 꼽을 수 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볼 때 가장 먼저 반도체를 본다. 특히 AI 메모리 수요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은 대형 반도체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 로이터도 한국 증시 반등 배경으로 AI 메모리 수요를 꼽았다.

 

반면 기관 선택은 ’실적 확인 후 분할 매수‘ 전략이다. 기관은 이미 많이 오른 반도체보다는 실적 발표와 밸류 부담을 함께 본다. 외국인은 선제 매수, 기관은 가격 조정 시 접근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로 꼽히는 엇갈림은 ’정유·에너지‘ 업종이다. 기관의 선택은 고유가 수혜주로 대표 종목으로는 S-Oil[01095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있다. 기관은 고유가 시대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정유주에 관심이 높은데 이는 실적 숫자가 바로 보인다는 이유에 기인한다.

 

반면 외국인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외국인은 정유주보다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높은 반도체·금융주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기관은 실적 수혜주, 외국인은 글로벌 대표주를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엇갈림은 금융주업종에서 드러난다. 기관의 선택은 배당과 저평가가 결합된 대표 종목으로는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이 있다. 이 같은 선택은 기관이 금리 고점 장기화 국면에서 금융주의 배당 매력을 높게 본다는데 기인한다.

 

반면 외국인 선택은 환율에 따라 유동적으로 달라진다. 외국인은 원화 약세가 심할 경우 환차손 우려 때문에 금융주 비중을 줄이기도 한다. 결국 기관은 배당 보고 외국인은 환율을 본다고 할 수 있다.

 

◆ “기관은 실적 수혜주, 외국인은 글로벌 대표주 선호”

 

외국인과 기관의 네 번째 엇갈림은 항공·소비주업종이다. 대한항공[003490]과 호텔신라[008770]이 대표종목으로 꼽히는데 고유가 국면에서 기관은 비용 부담이 큰 항공·소비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외국인은 중국 소비 회복, 여행 회복 기대감이 생기면 단기 트레이딩으로 접근한다. 기관은 숫자 중심, 외국인은 모멘텀 중심으로 전략적 접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한 증시 전문가는 “외국인 자금 특징은 달러 기준 수익률 중시, 환율 민감, 대형주 선호 등으로 한국을 여러 국가 중 하나로 판단한다”며 “반면 기관 자금의 특징은 높은 국내 실적 데이터 접근성, 배당·가치주 선호, 업종 순환매 적극 활용 등으로 장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이어 “한국 증시는 외국인 수급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이 지수를 움직인다”면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관이 선택한 실적주·배당주가 버티는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에 나설 경우 지수 상승(외국인 영향력)과 종목 성과(기관 선별력) 등을 함께 분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을 따라가려면 반도체, 대형 수출주, 환율 안정 수혜주를 따라가는 것이 현명하다”며 “반면 기관을 따라가려면 정유, 금융 배당주, 저평가 가치주 등을 주목할만 하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외국인이 한국을 사는 장세, 기관은 기업을 고르는 장세로 둘의 선택이 동시에 겹치는 종목이 가장 강하다”면서 “현재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등이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