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설옥임 기자] “결국 반도체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한 증권사 산업분석팀 관계자의 일성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 버팀목이 서민 생활에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는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산업 호황이 국민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 “문제는 소비자 체감경기다”
현재 한국경제의 핵심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글로벌 정보기술(IT) 투자 재개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 전환했다. 수출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의 이면에서는 생활물가 압박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노트북, PC,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어서다.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이 동시에 서민 물가를 자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이 공급 조절에 나선 데다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실적 반등 기대를 키우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한국경제 전반에는 긍정적 신호다. 반도체 수출 증가로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대기업 투자 확대와 협력사 매출 증가 등 연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반도체 업황은 한국 경제 성장률과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문제는 소비자 체감경기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은 노트북과 데스크톱 PC 가격 인상으로 직결된다. 스마트폰 역시 원가 부담이 커지면 출고가 인상이나 기본 사양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TV, 공유기, 스마트가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군 전반으로 가격 부담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소비자 가격 충격 완화할 보완책 필요”
한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 지원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생활물가 안정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이라는 이유에서다. 산업 육성과 민생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복합 과제가 된 셈이다.
전자부품 판매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노트북 바꾸려다 가격 보고 포기했다, SSD 가격이 다시 올라 업그레이드를 미뤘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더 늘려야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며 “고물가와 고금리로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디지털 기기 가격까지 오르면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디지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반도체 산업 성장의 과실은 수출과 기업 실적으로 나타나지만 소비자는 완제품 가격 상승이라는 형태로 부담을 먼저 체감한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학생, 취업준비생, 프리랜서 등 IT 기기 의존도가 높은 계층일수록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은 한국 경제에 분명한 호재지만 국민 다수가 체감하는 것은 수출 증가보다 생활비 부담일 수 있다”며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소비자 가격 충격을 완화할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