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설옥임 기자]오는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생활 속 자원순환 실천의 중요성과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환경부가 2009년 지정했다. 9월 6일의 ’9’와 ‘6’은 서로를 거꾸로 한 숫자로서 ‘순환’을 상징한다. 개인이 일상 속에서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쓰레기 분리배출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분리배출에 적잖은 고충을 느낀다.
분리배출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분리배출 도우미’ 제품과 기술,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분리배출의 불편함을 해소해 일상 속 자원순환을 원활하게 해 지구를 살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나이와 세대, 성별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화장품을 사용하는 시대다. 그만큼 버려지는 화장품 용기도 넘쳐난다.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유리·고무·금속 등 여러 재질이 섞여 있어서 재질 별로 분리해 배출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은근히 만만치 않다. 특히, 스킨·에센스 등 액체류 화장품 용기에는 유통과정 중 내용물이 새는 걸 방지하거나 사용할 때 양을 조절하기 위한 속뚜껑(이너캡)이 있기 마련인데, 크기도 작은 것이 워낙 꽉 닫혀 있어 이 걸 제거하는 작업이 은근히 만만치 않다. 젓가락, 송곳, 칼 등을 이용하다 다치기도 한다.
바이오 화장품 브랜드 세포랩은 화장품 용기 분리배출의 어려움에 착안해 화장품 속뚜껑 따개 ‘세포랩 멀티 오프너’를 만들었다. 언뜻 보면 작은 송곳처럼 보이지만, 곧고 뾰족한 송곳날과 달리 끝부분 마감이 둥글고 20도 각도로 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속뚜껑 구멍에 잘 걸려 힘들이지 않고 마개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만의 하나 신체에 부딪히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특수 고안된 디자인이다.
세포랩 운영사 퓨젠바이오의 김윤수 대표가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특허청으로부터 ‘화장품 용기용 따개’로 디자인권을 공식 취득했다. 분리배출할 때는 물론 화장품 내용물을 소분할 때도 유용하고, 화장품 용기는 물론 각종 세제나 양념류 용기의 속뚜껑을 제거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손잡이를 포함한 전체 길이가 10.5cm 가량 되고 무게가 15g에 불과해 휴대도 간편하다.
세포랩은 ‘공병 수거 에코프로젝트’도 상시 진행 중이다. 다 쓴 ‘세포랩 바이오제닉 에센스 90%(155ml)’의 유리병 용기를 반환하면 공병 4개당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을 증정하고 회수한 공병은 재활용 유리 소재로 순환시키는 자원순환 캠페인이다. 카카오톡에서 세포랩 채널을 친구로 추가한 후 안내 링크로 들어가 수거지 주소와 연락처, 공병 수량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반환에 따른 택배비도 세포랩에서 부담한다.
가정 내 분리수거함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쓰레기는 단연 페트병과 알루미늄캔이다. 2L 생수병 몇 개만으로도 분리수거함이 꽉 찬다. 보관할 때는 물론 버리러 나갈 때도 큰 짐이 된다. 넘쳐나는 분리수거함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재활용품 압축기를 사용해보자. 시중에 다양한 형태의 압축기들이 나와 있다.
가정용 압축기로 대표적인 제품은 ‘썬파인 캔도리’다. ‘이동식 재활용품 압축기’로 특허 등록된 제품으로, 맥주캔, 음료수캔 등 각종 알루미늄캔뿐만 아니라 최대 2L의 페트병까지 압축이 가능하다. 생수병을 비롯해 간장병, 기름병 등 다양한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 휴지심이나 종이상자의 압축에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재활용품을 고정시킨 후 압축판을 한 발로 한 번 밟아주기만 하면, 압축되면서 부피가 팍 줄어든다. 타일 등 미끄러운 바닥에서도 흔들림이나 스크래치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하단에 고무판이 장착돼 있고, 압축판에 리턴 스프링이 내장돼 있어서 압축 후 매번 압축판을 들어 올릴 필요가 없는 점도 편리하다. 가로 196mm, 세로 130mm, 높이 396mm 크기의 심플한 디자인이어서 집안 어디에 두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무게가 920g에 불과해 이동도 간편하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26,500원.
분리배출 관련해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개그맨 장동민이 특허를 낸 ‘원터치 라벨 분리’ 기술이다. 장동민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친환경 스타트업 푸른하늘을 창업하고 친환경 패키징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페트병은 모두 가로형 라벨이 부착돼 있지만, 이 기술을 적용한 페트병은 뚜껑을 따기만 해도 라벨이 함께 제거될 수 있도록 세로로 라벨이 부착돼 있다. 분리배출할 때 페트병에서 라벨을 떼는 것이 번거롭다는 소비자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다. 페트병 재활용률을 낮추는 '라벨'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2023년. 환경부가 주최한 ‘환경창업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푸른하늘은 지난 4월 광동제약, 삼양패키징과 함께 원터치 라벨 분리 기술을 페트병에 적용하기 위한 '친환경 라벨 개발 및 생산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삼양패키징은 푸른하늘이 개발한 특허를 이용해 라벨을 부착하고, 광동제약은 삼양패키징이 생산한 세로 라벨의 용기를 공급받아 음료병으로 사용하게 된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관련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는 환경 오염의 장본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전 세계에서 매년 150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가 버려지고 있는데, 꽤 많은 내용물이 용기 내부에 남아 있어 재활용 하기가 힘들고 잔여물이 하천에 흘러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펌프식 디스펜서 용기는 일반적으로 약 25%의 내용물을 남긴 채 버려진다.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 스타트업 이너보틀은 ‘이중포장 친환경 패키징’’이라는 자체 기술로 내용물을 거의 남기지 않고 짜내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다. 플라스틱 병 안에 풍선 모양의 실리콘 파우치를 넣은 ‘병 속의 병’ 컨셉의 용기다. 내부 실리콘 파우치에만 내용물이 담기기 때문에 외부 플라스틱 용기를 별도의 세척 과정 없이 바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실리콘 파우치의 탄성 덕분에 내용물을 잔량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패키징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가격도 기존 에어리스 용기에 비해 20% 가량 저렴하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서 'CES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해외에서 먼저 진가를 인정받아 수백만 개의 제품을 수출했다. 국내에서는 코스맥스, 나우코스와 같은 화장품 ODM·OEM 기업 및 LG화학 등과 친환경 화장품 용기 개발 및 보급을 위해 협력 중이다. 이너보틀은 자사 기술이 적용된 용기를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 '디포션'을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 1~2회 특정 요일에만 재활용품을 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 자꾸 쓰레기가 쌓이고 혹여 해당 요일에 분리배출을 못하면 집안이 온통 쓰레기 더미가 되고 만다. 분리배출 요일을 맞추기 힘든 가정이나 쓰레기 양이 많은 사무실 등을 위한 재활용품 수거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홈스토리생활이 운영하는 자원순환 에코 태크 플랫폼 ‘그린고라운드’는 분리수거 챌린지, 폐전자제품 분리배출 챌린지 등 다양한 생활형 친환경 미션을 챌린지 형태로 구성해 제공한다. 챌린지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방, 병뚜껑, 신발, 장난감, 종이, 우유팩, 페트병, 플라스틱 등을 박스에 넣어 문밖에 놔두면 다음 날 택배업체가 수거해 가고, 3일 뒤에 포인트가 적립된다. 텀블러를 이용한 후 사진을 찍어 올려도 포인트가 지급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그린고라운드 스토어에서 생필품 또는 식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단, 택배비에 해당하는 수거비는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폐기물 통합관리 솔루션 기업 에이치알엠(HRM)은 개인을 위한 친환경 자원순환 앱 ‘에코야얼스’를 운영 중이다. 재활용품을 택배상자에 담고 앱에서 ‘수거하기’ 버튼을 누르면 택배로 수거하고, 수거 물품의 무게에 따라 앱에서 이벤트 참여·기부 등에 쓸 수 있는 얼스크레딧을 지급한다. 탄소중립포인트와 에코야얼스를 연동할 경우 동일 금액을 현금으로도 환급 받을 수 있다. 에코야얼스는 분리배출이 애매한 멸균팩과 배달용기,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컵, 햇반 용기 같은 것도 수거하는데, 이들 품목은 재활용은 가능하지만 물량이 적고 분류 인력이 모자라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이다. 수거된 재활용품은 에이치알엠 청주공장으로 배송되며, 공장에서 잘 선별해 제지회사나 플라스틱 가공회사 등으로 납품한다. 작년 4월 론칭했는데 올 7월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3만명에 달한다.
생활 쓰레기 수거 서비스 앱 ‘커버링’에서는 재활용품은 물론 음식물, 일반 쓰레기까지 거의 모든 생활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세척할 필요도 없다. 쓰레기를 봉지에 담은 후 밤 10시 전에 문 앞에 내놓고 앱에서 수거 신청을 하면 끝이다. 밤 시간대(오후 10시~오전 6시)에 기사들이 이용자 집을 찾아와 수거해간다. 기본요금 2,500원에 100g당 14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편의성이 높아 배달음식 이용이 잦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커버링은 도시락·출장 급식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커버링 런치’도 운영 중이다. 회사, 학원 등에서 도시락을 단체 주문·배달하는 경우, 또는 대규모 행사에서 케이터링을 제공하는 경우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해 준다. 소비자가 식사 후 도시락과 남은 잔반까지 봉투에 담아 내놓으면 기사가 방문해 쓰레기를 수거한다. 식수 100건까지는 기본 비용 서울 2만7000원, 수도권 3만원이며, 처리한 도시락 개수당 500원씩 추가된다.
어글리랩에서 운영하는 앱 ‘오늘수거’는 사무실 쓰레기를 정기 수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 1일에서 7일까지 수거 요일을 지정하고 수거 장소를 설정해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제공된 전용 수거 키트 안에 쓰레기를 그대로 담아서 내놓으면 된다. 소비자가 직접 먹고 남은 식기를 씻거나 쓰레기를 분리할 필요가 없다. 주 1회에 수거키트 1개를 사용하는 기준으로 정기 요금은 월 3만8500원이며, 추가 설정에 따라 비용이 커질 수 있다. 7일간 무료 체험을 제공하는데 체험 후 유료 전환율이 95%, 재구독률이 98%에 달할 만큼 반응이 좋다. 2021년 서비스를 출시한 후 지난해까지 누적 수거 횟수는 50만 회를 훌쩍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