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서울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서며 고유가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자 기업 실적의 명암도 빠르게 갈리고 있다. 같은 유가 상승 상황에서도 일부 기업은 오히려 수익을 내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실적 급락 위기에 몰리고 있다. 단순한 업종 차이가 아닌 비용 구조와 가격 결정력의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현재 무너지는 기업의 경우 비용은 오르는데 가격은 못 올리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으로 항공과 물류 업종은 고유가에 가장 취약하다. 이 경우 연료비 비중은 최대 30%인데 요금 인상은 제한적이다. 그 결과는 수익성 급락으로 나타난다.
◆기업 운명 가르는 생존 공식 비용(?) 가격(?)
일례로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들은 특히 유가 상승 시 실적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류 역시 CJ대한통운처럼 유류비 부담이 즉각 반영되지만 운임 인상은 시장 경쟁 때문에 늦어지는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유통·이커머스 업종의 경우 소비 둔화까지 겹친다, 사실 유통업은 고유가의 ‘이중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물류비 상승과 소비 감소 특히 온라인 플랫폼은 무료배송 경쟁 때문에 비용을 전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마진이 얇은 구조일수록 타격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건설과 석유화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위험해진다. 건설의 경우 장비·운송비 상승과 분양 둔화 상황에 직면하기 일쑤다. 석유화학의 경우에도 원재료 상승과 제품 가격 제한이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일례로 롯데케미칼 등은 원가 상승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버티는 기업의 특징은 ‘오히려 돈을 버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제 고유가 환경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혜 업종은 정유다. 원유 가격 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정제마진 확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장기 계약 구조로 비용 변동 즉각 반영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HD현대중공업은 고유가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도체 역시 원가에서 유류 비중 낮고 글로벌 수요가 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고유가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은 유가보다 경기 사이클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 “고유가는 기업 체질을 드러낸다”
현재 시장전문가들은 단순히 유가 상승보다 더 위험한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지목하고 있는 대표 업종은 항공과 유통, 건설 등이다. 이 경우 기업은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떠나고, 가격을 못 올리면 손실이 발생하는 ‘이중 함정’에 빠지는 현상과 마주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분석가는 “고유가는 기업 체질을 드러낸다”면서 “이번 고유가 국면은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계자는 이어 “결국 시장의 질문은 ‘이 기업은 비용을 견딜 수 있는가, 아니면 전가할 수 있는가’라는 하나로 좁혀진다”며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빠르게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